몇년전 가톨릭 굳뉴스 자유게시판에 올렸던 미완의 이야기입니다.
언젠가는 마무리를 해야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는군요.
이곳 블로그에 올려놓고 반드시 마무리 지어야지요.
2부
너무나 게으른 타르치시오입니다.
뒷글을 올린다 올린다 하면서도 게으름을 피우다 이제야 올리네요.
회사내부에서도 복잡한 일들이 많아서 정신없었지만
퇴근하고 나서도 월드컵에 푹 빠져있다보니 여간 시간 내기가 어렵더군요.
그런다고 돌멩이를 집어드시는 분....앞으론 열심히 올려보겠으니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기를....
아래 좋은글을 올려주신 구본중님 보기가 부끄럽습니다.
님의 글이 삼류라면 저는 류자를 붙이기에도 부족할듯합니다.
그럼 성당을 드디어 다니게 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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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성당 다니던 이야기 2
지난번에 제가 있던곳의 환경은 대강 말씀드렸었지요...
그런 곳이다보니 성당에 가야 된다는 말을 간부나 고참들에게 꺼낼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가끔 혼자있는 시간이면 생각나는 기도문을 웅얼웅얼 외는게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생활을 하던중에 삼개월정도 지나면서부터는 천금같은 기회가 왔습니다. 부대가 워낙 외지에 있는 곳이다 보니 한달에 두번정도 공문서 수령이나 기타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가까운 시내로 외출할수있는 기회가 생긴것 이었습니다.
가깝다구 해봐야 걸어서 산길을 내려가 완행버스를 타고 10분, 거기서 직행으로 갈아타고
40분을 가야 제법 큰 도시가 나오지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당시에는 그랬습니다.
고참들 끝발에 밀려서 못가던 저도 드디어 기회가 오게됐습니다. 항시 빠지지않고 나가던
제 고참이 갑자기 누가 면회를 온다고 저한테 양보아닌 양보를 하게 됐던겁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에 시골양반 서울가는 자세로 엉거주춤 시내로 나갔습니다.
저도 군대오기전에 수도꼭지에서 물 받아 먹던 사람인데 오랜만에 사람많은 곳에 가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더군요. 군대다녀오신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요...
눈썹을 휘달리며 맡은 일을 끝내고 보니 부대 복귀까지 딱 한시간이 남았습니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교회를 찾는 일은 너무나 쉽습니다. 고개들어 아무데나 보면 십자가가
보이니까요... 하지만 성당을 찾아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외지에서 성당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화를 하는거지요. 순서대로 적자면
ㄱ. 가장 가까운 공중전화를 찾는다.
ㄴ. 일일사에 전화해서 교구청 번호를 묻는다.
ㄷ. 교구청에 전화해서 현재 위치를 말한다음 가장 가까운 성당을 추천받는다.
ㄷ. 즐거운 마음으로 룰루랄라 성당으로 간다.
성당에 도착해보니 공중전화에서 이십미터쯤 되는곳이더군요.
알고보니 교구청건물이 성당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주교좌성당이었지요.
들어가보니 기도 드리시는 자매님 두분이 계셨습니다.
저도 제대에 인사드리고 앞자리에 앉아 평소에 못했던 밀린 기도를 열심히 드렸습니다.
이글을 읽으시는 분들중에도 그런 경험이 있으시겠지만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얼마나 울었는지 나중에는 소리까지 내가면서 꺼이꺼이 하면서 울었답니다.
생각하면 웃기는 광경인데 덩치가 곰만한 대한민국 군인이 성당에 와서 소리내어 울고
있다는거...아마 거기있던 자매님들은 뭔가 큰 사고를 친 군인인줄 알았겠지요.
사실 제가 무슨 한 맺친것도 아니고 그런다고 슬픈일이 있는것도 아니었지만
웬지 마음이 그랬습니다.
그날은 그렇게 열심히 밀린 기도를 드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부대에 복귀하였습니다.
다음에 꼭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그 뒤로 세번정도 그 성당을 찾아갔습니다. 매번 기도를 드릴때마다 눈물이 나오는것은
어쩔수없었습니다. 세번째로 성당을 방문하던날 저는 딱 걸렸습니다.
그날은 화요일이었는데 부대 행사 관계로 오후에 나와 복귀 시간이 저녁 9시로 많이 늦어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성당에 도착했을때 어둑어둑 해가 지고 있었는데 나와보니 완전히
깜깜해있더군요. 급한 마음에 발걸음을 채촉할려는 그 순간....
성당 입구에서 누군가가 저를 불렀습니다.
"이보게~ 부대갈때 무얼 가지고 가나" <---- 이건 농담입니다.
검정옷을 입고있는 키가 큰 남자였습니다. 놀랬습니다.
자세히보니 사제복을 입으신 신부님이 저를 보고 계셨습니다.
잠시후 얼떨결에 집무실에 따라들어간 저는 신부님이 타주신 커피 한잔을 앞에 놓고 있었습니다. 솔직한 마음으로 많이 떨렸습니다. 이제 갓 햇병아리 군인인 제 신분으로는
미사를 안보내주는 부대에 있어서 이렇게 성당에 와서 기도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그랬고
만약에 이일이 부대에 알려지면 괜한 불이익을 받을까 적지않아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신부님이 무거운 분위기를 깨며 말씀하셨습니다.
- 그래...미사는 잘 참석하나?
* 넹? 아닙니다. 상황이 좀 그래서 참석을 못하고 있습니다.
- 그러면 안되지. 미사는 꼭 참석해야지.
* 아~~ 네. 당연히 그래야되는데 부대가 어쩌고 저쩌고....공소가 어쩌고 저쩌고...
기타등등........
- 그래도 꼭 미사는 참석해야지...자네 부대장 이름이 뭔가?
* (허거덕..이러면 안되는데...말하면 큰일나겠다..) OO부대의 이 아무개입니다.
- 잠시만 기다리게...내가 부대장앞으로 편지를 한장 써주겠네..
* (편지? 흠..다행이군....그냥 받아서 안 갖다주면 되겠네...)
만약 편지를 부대장에게 갖다주면....저..제가 신부님한테 편지를 한장 받아 왔는데
이것 좀 봐 주시겠습니까?...그게 뭔데....저를 꼭 성당에 보내달라는 내용인데요..
흠.그래..가서 내부반장좀 불러와라...쫄병이 빠져가지고 성당에 다니고 싶다고
신부님한테 부대일을 고해바쳐....교육시켜바...너 일루 와바바...퍽..퍽..으악...
이제부터 너는 외출금지다...넹....흑흑흑 ....(자동 연상중)
음...이러면 안되겠군...그냥 영광으로 알고 아무도 모르게 해야지...
잠시후 달필로 부대장이름을 적은 편지 봉투를 하나 건네주시며
- 이거 꼭 부대장에게 전해주게...
* 네...알겠습니다.
- 그리고 자네 대대장도 이 성당에 다니니까 이번 주일에 내 꼭 이야기함세.
* (우잉~~ 내가 큰사고를 치겠는데) 네...감사합니다...신부님...
- 그리고 이건 묵주 반지인데 시간나는데로 묵주기도를 드리게...
* (눈물이 앞을 가리면서) 네...감사합니다...신부님...
이렇게해서 심장위 가슴 호주머니에 신부님의 편지를 간직하고 저는 부대를 향하여 출발하였습니다.
다음에도 꼭 읽어 주셔요....빨리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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